Title.안녕하세요 Mr.캄 입니다.

안녕하세요 최인호 입니다.

부득이하게 연락처를 바꿉니다 ㅇ_ㅇa
번거롭게 해드린거라면 죄송하구요

핸드폰 :
새 싸이주소 : 

입니다 ^^

by 카묘 | 2008/10/09 00:19 | Mr.캄 | 트랙백
Title.등을 보여주는 나의 왕


 "후치야."

 안 자고 있었나? 잠꼬대인가? 둘 중 어느 것인지 알기 위해서라면 간단한 방법이 있지.

 "왜 그래?"

 "별이 참 곱지?"

 "윽. 별은 원래 참 고운 거야.  레니의 눈이 보고 있어서 더 예쁘긴 하겠지만, 당연한 말을 왜 하는 거지?"

 "…나, 말을 잘 못꺼내겠는데. 음. 저게 우리 아버지니?"

 "…그렇다고 생각해.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레니는 머리를 더 세게 누르며 물어왔다. 헤. 그런다고 내 어깨가 아프겠니.

 "확실한 거야, 아니야?"

 "내 생각이지만  그건 아무도 확인할 수 없어. 너도 알다시피  넌 아주
어릴 때 아버지와 헤어진 거야.  그리고 후작은 네 얼굴도 보지 못했고.
아, 제레인트에게 물어보는 것이 차라리 낫겠는데."

 "신께 개인적인 용무를 물어보고 싶진 않아."

 "그래? 어, 신께서는 우리들의 개인사에 관심이 많으실 텐데?"

 "다른 방법은 없어?"

 "다른 방법?  글쎄. 아, 어떤 여행자가 널 델하파의 항구로 데려갔다고
그랬지? 해답이 있다면 그 여행자가 가지고 있겠지. 그 외에 다른 사람은 없어."

 "우리 어머니는 돌아가셨다고? 아, 네리아가 들려줬어."

 "그래? 또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줬는데?"

 레니는 잠시 대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아래만 내려다보았다. 우리가 질러놓은 불길은  거대한 통나무를 송두리째 태우며 기세좋게 춤추고 있었다.
 바람이 차다… 왠지 신경쓰이는 바람이다. 레니는 그 바람에 자신의 대답을 실어보냈다.

 "다 들려줬어. 전부 다."

 "그래?"

 "이상해. 난."

 "뭐가?"

 레니는 여전히 머리를 내 어깨에 얹은 채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건, 저 분은 그러니까 나의 아버지인 거지? 그럼 난 지금 우리 아버지를 골탕먹이는 일행에 속해있고,  그리고 여기 전망 좋은 곳에서
우리 아버지가 골탕먹는 장면을 내려다보고 있어. 이 정도면 기분이 이상해도
괜찮은 거 아냐?"

 윽. 그런 식으론 생각해보지 못했는걸. 맞는 말인데.

 "미안해."

 "뭐가? 후치가 미안할 것은 아무 것도 없잖아."

 "그래도 미안하고 싶어지는걸."

다레니안. 죄송합니다.  난 뻔뻔스러웠어요. 우리 인간도 결국 다른 사람 속을
그렇게 잘 알 수는 없는 것인가 보지요. 그러니까 예의범절이라
는  잘 조율된 형식도 있는 것이고. 내가 느꼈다고 생각한 핸드레이크도
전부 엉터리일지도  모르겠군요.  내가 어떻게 핸드레이크가 될 수 있을까.

 "기분이 나쁜 거니?"

 "모르겠어. 난 이렇게 생각해.  아빠는 델하파에 계신 그 분이 나의 아
빠야."

 "찬성해줄게."

 "푸훗.  고마워. 하지만 저기서 우리들을 쫓아오는 사람이 내 아버지라는
사실도 틀린 것은 아니잖아.  사실을 모른 척해야 될까?  글쎄. 그건
쉬운 일도 아닐 뿐더러 옳은 일도 아닌 것 같은데. 그렇잖아?"

 "그래. 후작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기는 어렵겠지.
 하지만 옳은 일에 대한 것은, 글쎄."

 "응? 아버지를 아버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는 말이야?"

 "아버지는…"

 난 잠시 말을 멈추고는  멀리 떨어져있는 레브네인 호수를 바라보았다.
불길이 그 수면에 이글거리고 있어 주위에 펼쳐진 산들은 검게 물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가물거리는 횃불들.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조하고 부상자들을
치료하느라 정신들이 없겠지.

 "난 길시언을 왕이라고 생각해."

 "무슨 말이지?"

 "길시언을 왕이라고 생각한다고. 물론 실제의 왕은 닐시언 전하고 길시언이
 왕의 홀을 들고 있거나  비단에 둘러싸여 왕좌에 앉아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있어 길시언은 왕이야. 이해하기 어렵지?"

 "어려워."

 "동감이야."

 "애개?"

 "하하하. 그래.  나도 이해하기 어려워. 흠. 그런데 말이야. 내가 보기엔 길시언이
 왕이고 왕다워. 모르겠어. 닐시언 전하를 많이 사귀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다 만나보고
  내가 왕으로 생각할 만한 사람을 찾을 수는 없으니까, 난 계속 길시언을 왕으로
생각하겠어. 부탁이니까 이유를 물어봐줘."

 "이유가 뭔데?"

 "그가  백성들 앞에서  자신을 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는 이 나라의 백성,
 아니 그의 친구라도 좋고.  어쨌든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거대한 위험이
있을 땐  언제든지 그 사이에  서려는 사람이야. 그는 등을 보여주는 사람이지."

 "등을 보여준다?"

 "등을 보여주려면 어떻게 하지?  그래. 앞에 서야 돼.  앞에 서서 이끌고,
앞에서 오는  위험과 불안을 묵묵히 막아줘야 돼지. 그게 등을 보여주는 거야. 
그리고 등에는 표정도 없어. 따라서 사람들을 속일 수도 없지.
 그런데 길시언은 언제든지 그렇게 할 수 있고, 거기에 덧붙여 더 중요한 문제는,
자기가 그렇게 한다는 것도 모르면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점이야. 그래서 난 길시언을 왕으로 생각해."

 레니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내 볼을 바라보았다. 뭐지? 고개를 돌려 똑바로
 바라보자 레니는 다시 앞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반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아니지?"

 "엥? 어, 어, 이봐!  내가 닐시언 전하에 대해 반란을 일으키고 길시언을
왕으로 추대한다는, 뭐 그런 평가할 말도 찾기 골치아픈 상상을 하고 있는 거야?"

 "아니지?"

 "아냐! 어, 그러니까 말이야. 이건 내 마음의 문제야. 내 생활의 문제가
아니고. 내 생활이야 기반이 딱 잡혀있으니까  특별히 고민할 필요는
없단 말이야. 지금 당장 결혼해도 아내를 먹여살릴 자신은 있다구."

 "후후훗! 제미니양은 좋겠네…."

 바위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뻔했다. 우으으윽.

 "악! 네리아가 그것도 이야기했어?"

 "말했잖아. 다했다니까."

 "어쨌든,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의 고삐를 잡아 돌리자구.
흠. 어쨌든 길시언을 왕으로 생각하는 것은 내 마음의 문제야. 그건, 글쎄.
 신앙과 비슷한 것일까? 마음의 안정을 위해 신앙을 가지는 거지, 생활을
위해 신앙을 가지는 것은 아니잖아?"

 "흠. 겉으론 닐시언 전하의 충성된 신하.  하지만 속으론 길시언이야말로 나의 왕. 정확하니?"

 "차갑도록 정확해. 아니, 정확해서 차가운가 보지."

 "그런가. 그래서, 이 이야기를 해주는 이유는?"

 "짐작할 수 있다면 되묻지는 마."

 그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레니는 확인하고 싶은 모양이다.

 "실제의 아버지와 내 마음의 아빠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는 없다는 말인거니?"

 "고민을 안할 수는 없지만 시간 정하고 장소 정해서 본격적으로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거지. 내가 이렇게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래? 빨리 대답해.
  아름다우신 레이디. 귀양이 어느 가문의 기쁨인지를 여쭤볼 영광을 허락하시겠습니까?"

 레니는 웃었다. 밝은 웃음이다.

 "전  델하파에서 웨일즈 본야드라는 상호 아래 식품업을 하시는 그레이든씨의 여식입니다."

 "고민 끝?"

 "당분간은. 고마워."

by 카묘 | 2007/08/08 14:04 | 트랙백
Title.[나의 왕] - 길시언 어록

나는 한참을 날아갔다.  데구르르. 하늘과 땅이 몇 번씩 자리바꿈을 한다.
 온 몸이 부서져나가는 것 같다. 털썩!  엎어진 자세로 포석에 쓸려버린
볼을 들어올리자 내 앞에 쓰러져 있는 샌슨의 모습이 보였다.

 "새, 샌슨…"

 완전히 쉬어버린 목소리가 나왔다. 샌슨은 참혹한 모습이었다.
 그는 아
무래도 날 막아준 모양이다.
온통 그을리고 곳곳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샌슨은 눈을 똑바로  뜨며 일어나 앉으려 했다. 팔이 미끄러
지며 그는 다시 호되게 땅에 몸을 부딪혔다. 쾅!

 "으으윽…"

 "샌슨, 샌슨!"

 일어나지지 않아!  이게 내 팔인가? 이게 내 다리인가? 난 힘겹게 일어
나려고 했지만 그것은 마음뿐,  아무리해도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여관에서 달려나온 네리아가  비명을 지르며 샌슨을 들어올리는 모습이 보
였다. 그녀는 날 보더니 다시 비명을 질렀다.

 "후, 후치!"

 "난 괜찮아요. 샌슨, 샌슨은?"

 샌슨은 네리아의 부축을 받아가며 몸을 일으켰다.

 "너만큼 괜찮아."

 "그럼 죽을 지경이겠군…"

 난 가까스로 턱을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곧 엑셀핸드가 내게 달려오더
니 그 강한 팔이 날 일으켜앉혔다. 무지막지한 고통. 난 기절할 듯한 정
신을 간신히 지탱하며 내 키의 반 밖에 되지 않는 엑셀핸드의 품에 기대
어 앉았다. 저쪽에는 아프나이델이 카알의 품에 쓰러져 있었다.
 넥슨과 시오네, 그리고 그 마부는 땅으로 내려왔다.
 시오네가 뭐라고 중얼거리고 나자 팬텀 스티드들은  다 사라졌다. 그리
고 세 명은 각자의 검을 뽑아들었다. 마부는 한쪽 눈을 다친 상태였지만
별로 신경쓰지도 않는다는 듯이 걸어오고 있었다.  이제 사살인가. 이빨
이 맞부딪히는데.

 "다가오지 마라!"

 길시언이 세 명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길시언은 어느새  좀비들을  모두 격퇴시켜놓았지만 그  댓가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의 다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고 숨결도 고
르지 못했다.  하지만 길시언은 방패를 앞에 세워들고는 당당하게  우리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멍청한 왕자. 차라리 달아나.  감성은 만족되
겠지만, 합리적이지 못해.
 길시언의 짜내는 듯한 협박 소리에 세 명은 멈춰섰지만 그건 그저 웃어
주기 위해서였다. 그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나 보군. 시오네가 처음
으로 말했다.

 "먼저 당신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은데."

 길시언은 대답하지 않고  다만 노려보았다. 넥슨은 얼굴을  찌푸렸지만
시오네는 신경쓰지 않고 말했다.

 "저 뒤의 세 명, 잘 알지. 무너진 굴 속에서도 도망쳐나왔군.  정말 존
경스러워."

 길시언은 그저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시오네는 갑자기 길시
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길시언 왕자 당신도. 당신 정말 끈덕지군. 그런데 여기서는 오
히려 죽으려드는군. 기이한 일이야."

 길시언은 낮게 물었다.

 "무슨 뜻이지?"

 "여덟 명이나 되는 암살자들로부터 달아난 자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으
려 드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뭐라고? 잠깐. 여덟 명의 암살자? 레브네인 호수 옆에서, 그 여덟 명의
암살자 말인가? 나는 몽롱해지려는 의식의 끄트머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썼다. 길시언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 놈들… 네가 보낸 것인가?"

 "그래."

 "저 분들에게 듣기로, 넌 자이펀의 간첩이라고 들었다. 맞는가?"

 "어감이 좋지 않지만 그렇게 말하고 싶다면."

 "그런데 어떻게 국왕 전하의 이름으로 날 죽이게 할 수 있었지?"

 시오네는 곧 웃음을 터뜨렸다.

 "오홋호호! 물론 국왕 전하의 이름으로.  여기 계신  넥슨 휴리첼 국왕
말씀이다. 자이펀의 참된 위대함을 경배할 줄 아는  진정한 국왕의 재목
인 넥슨 휴리첼, 그의 이름이었지."

 길시언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넥슨은 팔짱을 낀 채 시오네를 노려보고
있었고 시오네는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앞으로 이 나라의 이름은 바이서스에서 휴리첼로 바뀌게 될 거야."

 바이서스에서… 휴리첼로?  젠장. 그 ㅉ 이름이, 그까짓 이름이? 이름은
한 사람을 가리키는 거야. 빌어먹을. 무지막지한 고통 속에서 생각은 오
히려 빠르게 진행되었다. 길시언은 말했다.

 "네가 모든 것의  원흉이었군. 칼라일 영지의 악몽도,  나에 대한 암살
기도도, 그리고 신심 깊은 재가 프리스트가 반역자가 된 것도,  모두 너
때문이었군."

 시오네는 마치 수줍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맨 마지막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죠, 전하?"

 넥슨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건 나의 의지였지. 난 남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야."

 길시언은 이를 갈며 말했다.

 "절대로 휴리첼이라는 이름이 왕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시오네는 깔깔 웃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시오네는 길시언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안될 거라고 생각해? 왕족의 피는 무슨 맛이지?"

 길시언은 방패를 앞으로 내밀고 프림 블레이드를 맹렬하게 거머쥐었다.

 "할 수 있다면 해봐!"

 그러나 시오네는 덤벼드는 대신 손을 저었다.

 "그런 의미가 아냐. 길시언 왕자. 당신은 어차피 죽을 테니까, 죽을 자
에게 협박을 하지는 않아.  난 그런 취향은 없어.  다만 말하고 싶은 것
은, 당신은 당신  혈관에 흐르는 피가 다른 사람의 피와  다르다고 생각
해?"

 "…다르다."

 "왕족의 피?"

 시오네는 사납게 물어왔지만 길시언은 침착한 얼굴이었다.

 "길시언 바이서스의 피."

 "길시언 바이서스의 피라… 그래?"

 "나의 의지를 위해 맥박치고,  나의 꿈을 위해 흐르는 나의 피다. 그것
은 다른 누구의 피와도 다른, 오로지 나만의 피다."

 "그런가?  그렇다면 당신의 피는 지금 당신을 구원하지 못해. 그 피 때
문에 당신은 여기서 죽으려들고 있는걸."

 길시언은 밤의 골목길 그 침침한 어둠 속에서 희게 웃었다.

 "죽음도 내 삶의 한 부분이다. 떼어 놓을 필요 없어. 다른 사람의 생명
으로 자신의  죽음에서 도망치는  당신 같은  뱀파이어는 알지 못하겠지
만."

 시오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입을 벌리며 뱀처럼 사앗- 거렸
다. 번쩍이는 송곳니가 드러난다.

 "그래. 그럼 그 피를 흘리며 죽어봐. 길시언 왕자. 그 왕족의 피를! 그
리고 휴리첼의 피가 새로운 왕족의 피로 맥박치게 되겠지."

 길시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의 공식 명칭에는 항상 붙는 이름이 있다. 간첩이니까 그 정도는 알
겠지?"

 시오네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그래서? 당신 폐태자는 왕족의 위치를 버리고 백성에게 내려온 자라는
건가?"

 "천만에. 난 백성에게 내려간 적은 없다."

 "뭐라고?"

 "난 무엇에게 다가가기  위해 무엇을 버린 적은 없다. 내가  버린 것은
내가 아닌 것. 그리고 난 버림으로써 나만을 남겨둘 수 있었다. 길시언.
모험가 길시언."

 길시언의 목소리가 우울해졌다. 그의 목소리에 묻어나는 시간의 무게가
느껴진다. 구름 낀 하늘을 올려다보며 먼지 날리는 길을 걷고 걸어 이곳
에 선 폐태자. 그는 우리들 앞에 서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지. 처음  보는 여자가 날 죽이려
드는군. 나에게서 모험가 길시언이 아니라  내가 버린 태자 길시언 바이
서스의 피를 받아내려고 하는군."

 시오네는 입술 끝을 올렸다.

 "너희 나라의 핸드레이크가  페어리퀸 다레니안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알지?"

 길시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인간은, 그렇군."

 그러나 길시언은 갑자기 프림 블레이드를 앞으로 뻗어 시오네를 겨냥했
다. 시오네는 마치 그 검끝이 자신의 가슴에 닿은 것인양 흠칫하며 물러
났다.

 "그러나 폐태자 길시언 바이서스도 나 모험가 길시언이 지키겠다. 그리
고, 내 동료들과 사랑하는 사람들도  모험가 길시언으로서 지키겠다. 어
둠의 레이디여. 그대 앞에 선 자가 무엇으로 보이는가?  만용을 부릴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가? 그렇다면, 내가 어떤 자인지,"

 길시언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가슴 속에 있는 모든 것을 토해놓듯이
격렬하게 외쳤다.

 "확인하라!"

 짜릿한 감각이 전신을 파고든다. 돈다. 뭐지? 입에서 어떤 말이  돈다.
들었던 말인데.
 길시언은 나의 왕이었다.
 지독한 고통도, 자꾸 흐려지는  눈 앞도, 그리고 복받치는 감정의 오열
도 사라졌다.  그는 날 위해 저기 서 있는 기사 중의 기사, 그는 스스로
를 알고 있었고, 스스로를 만들어나가는 인물이었으며, 그것으로써 능히
나의 왕이다. 밤의 어둠도, 고통의 어둠도, 이 참혹한현실이 가져다주
는 어둠 중의 어둠도 내 눈에서 나의 왕을 가리지는 못했다. 오우, 제기
랄! 귓가가 화끈해지는걸. 그게 그거였군. 하하하.

 "나의… 왕이라고…? 하, 하하하…"

 "뭐라고? 후치. 이런 말하지마!"

 엑셀핸드의 굵은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안돼. 이걸 놔. 나의 왕이
저곳에 서 있어. 난 일어나야 돼. 그를 섬기기 위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
냐. 그와 함께 서기 위해서 일어나야 돼.  나의 왕과 함께 서야 돼.  난
비로소 300년의 간극을 뛰어넘어 전설의 대마법사와 하나된 감정에 휩싸
였다. 빌어먹을! 왕을 찾았는데 난 이렇게 쓰러져 누워있잖아.  내가 인
정해주지 않으면  그는 왕이 아니야.  왕일지는 몰라도, 나의 왕은 아니
야. 난 일어나야 돼.
 그러나 몸은 자꾸 아래로 늘어질 뿐이다.
 시오네는 양팔을 조금 들어보이면서 길시언을 바라보았다.

 "네가 어떤 자인지는 몰라. 그리고 알 필요도 없어. 죽을 자의 신상 명
세를 모으는 저급한 취향은 없지."

 그리고 시오네는 레이피어를 뽑아들었다. 넥슨이 말했다.

 "시오네. 지금 무슨…"

 시오네는 말했다.

 "내 일을 할 따름이야. 길시언 바이서스의 제거."

 "그래. 알았다."

 시오네는 앞으로 걸어나왔다. 길시언은 꼼작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대
로 서서 우리를 가리고 있었다.

 "당신은 죽는 것이 좋겠어. 길시언 왕자."

 "그렇더라도, 지금 여기선 안돼."

 시오네는 킬킬거리며 레이피어로 허공을 몇 번 베었다. 어둠 속에서 시
리도록 차가운 검의 잔영이 흉포하게 그려졌다.  그러나 길시언은  마치
동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기만 했다. 너무 많이
본 뒷모습이다.  우리 고향에선 꽤 흔하지. 가장 커다란 사람은 등을 보
여주는 사람이야. 내 앞에 서서 날 가려주는 저 등.안돼. 이젠 지겹다.
더 이상 등 뒤에 숨을 수는 없어. 일어나야 돼.

 "일어나야…!"

 그러나 내 몸은 내 의지를 무시하고 다시 힘없이 엑셀핸드의 품에 쓰러
져버렸다. 길시언은 굳어버린 양 저 곳에 서 있는데. 빌어먹을! 내가 왕
시켜줬잖아! 인정해줬잖아. 뒤로 돌아 도망가!
 시오네는 딱딱 끊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여기서, 죽어."

 길시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방패를 힘있게 들어올렸다. 그리고 시오네
는 곧 앞으로 달려나오려 했다.

by 카묘 | 2007/07/04 12:39 | Dragon Raza | 트랙백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

반드시 언젠가는.
by 카묘
카테고리
이전블로그
이글루링크
최근 등록된 덧글
뿌하하- 그렇쿠나-
by 카루딘 at 09/05
드럽다는 건 줄 알았다 (..
by 美妙 at 07/30
지가 말해주고선 - -....
by 카루딘 at 07/21
여긴 어떻게 알고온거야 ..
by 카묘 at 07/01
아, 대충이지만. 나
by 카루딘 at 06/27
......연애!!!
by shell at 06/26
....설마!!!
by 美妙 at 06/25
좋은 취미를 갖고 있구나..
by shell at 05/20
-_-...... 로리콘!!! <-
by 美妙 at 05/20
열심히해라. 열심히 해서..
by 카루딘 at 05/18

rss

skin by 꾸자네